[한경에세이] 농촌은 문제 아닌 해답

입력 2020-05-04 17:55   수정 2020-05-05 00:17

올초 경남 함양에서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학생이 없어 분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던 서하초등학교에 전입 희망자가 넘쳐 학생들이 이웃 학교에 배치되는 일까지 생긴 것이다. 언론은 ‘폐교 위기의 서하초가 기적을 이뤘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말 학부모와 지역사회 유지들이 힘을 합해 구성한 서하초 학생모심위원회가 활동한 지 한 달 만에 거둔 실적이었다.

비결이 뭘까. 학부모에게 주택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아이토피아 프로그램 덕분이었을까. 물론 영향은 있었겠지만 대도시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환경이다. 학교를 살리려는 학생모심위원회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군청의 지원 의지만 보고 학부모가 농촌으로의 이주를 결단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서하초의 기적은 바로 워라밸과 반농반엑스(반농반X: 삶의 절반은 농업을 통해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채우고, 나머지 반은 가치있는 일로 채우는 방식)를 추구하는 도시인들의 욕구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지역 균형·발전정책은 수도권과 대도시의 핵심 기능을 비수도권과 지방으로 이전하는 발상 위에서 진행됐다. 중앙부처가 이전한 세종시, 공공기관이 옮겨가 건설된 혁신도시, 민간 기업체가 이전할 것으로 기대했던 기업도시가 대표적이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종사자를 지방으로 이전하려면 종전보다 많은 임금과 추가적인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 재정착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가족은 종사자만 이주해서 이산가족, 주말부부로 살고 있다.

그러나 서하초처럼 어린이 교육 때문에 지방으로 가족이 이주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린이와 함께 내려간 학부모는 도시보다 적은 급여로도 기꺼이 시골에 정착할 수 있다. 함양군 서하초에서 일자리를 제공했던 에디슨모터스처럼 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준다면 더 많은 가족의 귀촌도 가능하다.

일본은 저출산과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리가 위원장인 마을·사람·일자리 창생본부를 설치하고 지방창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도쿄와 같은 대도시의 출산율이 낮기 때문에 농촌이나 중소도시에서 출산, 육아, 일자리가 가능하도록 마을과 사람, 일자리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정책이다. 이 정책 덕분만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했던 일본의 합계출산율이 2018년 1.42명으로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은 가장 높고, 합계출산율은 가장 낮다. 국민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농촌지역에 사는 사람은 도시지역 거주자보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5%포인트 정도 더 높고 귀농·귀촌한 사람들은 더 행복하게 느끼고 있다.

농촌은 문제 지역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성을 위해 활용해야 할 출구이자 해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과밀한 도시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농촌의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서하초의 기적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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